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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글

『변신』을 읽고 - 카프카 / 물리치료과 3학년 유현호


카프카의 변신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난 그레고르는 자신이 벌레로 변신한 채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깨닫는다. 회사에 일찍 나가 봐야 하는데,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발버둥칠 때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흉측한 다리들이 꿈틀거린다. 이에 그레고르는 분노와 절망감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다. 가족들은 일어날 시간이 되었는데도 방안에서 꼼짝 않는 그레고르를 깨운다. 평소 방문을 잠그고 자는 습관이 있었던 그는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아니, 이미 자신은 벌레로 변신해 버렸기 때문에 열어 줄 수가 없다. 이윽고 그는 벌레로 변신한 자신의 몸을 이용해 간신히 문을 연다. 그를 다그치기 위해 찾아왔던 회사의 지배인은 놀라 도망치고, 가족들 역시 까무러치듯 놀란다. 가족들은 혹시라도 해를 당할까 싶어서 그에게 폭력을 써 가며 그를 방으로 쫓아낸다.그 동안 이 집의 가족들은 그레고르의 수입에 의존해서 살아 왔다. 그레고르는 파산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을 부양해야만 했기 때문에 회사의 판매사원으로 열심히 뛰었다. 그런데 이제는 벌레가 되어 방안에 갇힌 것이다. 가족들은 그를 벌레 취급했으며, 그레고르 또한 벌레의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가족들은 생계를 위해 하숙을 시작했으며, 그레고르의 방은 창고로 변했다. 벌레에겐 기어다닐 공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그를 생각하지 생각하지않았다. 이제 그의 방은 짐으로 가득 차서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그는 점점 식욕을 잃고 비척거리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이렇게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는 내용을 읽고 나는 적지 않는 충격을 느꼈고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불안함’이었다.

나도 어느 날 예고없이 벌레가 되는 것과 같은 끔찍한 일이 일어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 정도로 카프카의 변신은 주인공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신한다는 비현실적인 상황과 그 이후의 일들을 실감나고도 비극적으로 그리고 있다. 소설의 그레고르의 모습은 우리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과도 매우 닮아 있다. 그는 별다른 꿈도 희망도 없이 단지 하루하루를 쳇바퀴 돌듯 수행해 나갈 뿐이다. 가족들을 경제적으로 부양해야 할 위치에 있는 그에게 꿈과 이상은 허울뿐인 단어이고 그 자신조차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채 기계적으로 집과 회사를 반복하는 생활을 한다.

그런 그가 벌레가 된 후에서나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를 이해해 줄 만큼 따듯하지 않았다.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는 가족들에게조차 외면당하고 결국 쓸쓸한 죽음에 이른다. 이 소설에서 모든일의 발단에 속하는 벌레로 변함은 무엇을 뜻할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물론 정상적인 개인이 어느날 갑자기 벌레로 변해버린다는 환상적 기법을 통해 현대인의 불안을 표현하고 그 후에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서는 현대인들의 관계의 허구성 또는 소외를 표현하려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보다는 좀 더 구체적으로 이 세계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의 단계를 표현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가족 또는 누군가를 위해 혹은 아무런 목적없이 그저 기계적으로 삶과 직장을 영위해가는 이 시대의 평범한 소시민 말이다.

그런 자들은 꿈을 잊고 생계를 좆아 자신에게 무의미한 삶을 이어나간다. 그러나 그러한 목적인 가족들조차 그 사람이 벌레가 되는 즉, 늙거나 힘이 없어지고 또는 자신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즉시 그 사람을 외면하고 저버린다. 이는 관계의 비극, 현대사회의 피상적 관계의 허구성과 소외의 불안이다. 다시 말해 나는 원작의 주된 창작배경이나 의도와는 약간 다를 수도 있지만 이 책을 통해서 우리사회의 문제점과 위기를 볼 수 있었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