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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글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보고 / 간호학과 4학년 이해영

 

 

   최근 뉴스기사를 통해 일본 공항 핸들링 업체에서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피해 어르신들을 돕는 활동을 해온 한국 기업인 M사의 상품을 반입 금지했다는 내용을 보았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에서 일부 인정을 하는 분들도 있지만, 반대로 여전히 외면하며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일본에 실망스러울 때도 종종 있다. 이럴 때면 가장 떠오르는 영화는 2017년 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영화는 우리가 너무 잘 아는 배우인 나문희가 주연을 맡은 특이한 영화이다. 처음 이 영화를 접한 것은 TV에서 우연히 방영하는 것을 끝부분에 잠시 보게 된 것이었는데, 나문희가 미국 의회에서 위안부 문제를 증언하는 장면을 보고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이 궁금하여 찾아서 다시 처음부터 보게 되었다. 특히 미국 의회 증언 장면이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의 실제 의회에서 촬영되어 화제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 장면을 본 이는 누구든 실제 위안부 어르신들의 증언을 듣는 한 명의 청중이 될 수밖에 없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도입부의 내용만 본다면 매일 구청에 몇 천 건의 민원을 넣는 시장의 나문희 할머니와, 남 일에 참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늘 자신의 일만 딱딱 처리하는 구청 공무원인 이제훈이 우연치 않은 만남을 통해 영어를 배우고, 가르치게 되는 내용이어서 위안부와 깊은 관련이 있으리라 생각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문희 할머니가 왜 영어를 배우려 하는지, 그만 가르치려는 이제훈에게 사정을 해가며 어려운 영어를 배울 수밖에 없었는지 영화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깊은 뜻을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증언을 하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훼방을 놓는 일본과 증언 이후에도 나문희 할머니에게 욕설과 비난을 서슴지 않고 하는 모습을 표현한 장면은 보는 이들을 욱하게 만드는 적나라한 장면이었다. 사실,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위안부 문제가 예전보다는 이슈가 덜하기도 하고, 어르신들이 많이 돌아가시면서 그 때의 억울함이 흐려진 부분이 있지만 ‘아이 캔 스피크’를 통해 그 시간을 돌이켜보며 잊지 않고 여전히 상처에 대한 진실한 사과와 보상을 위해, 남은 우리라도 열심히 투쟁해야함을 상기시킬 수 있었다.

  영화계는 늘 뜨겁기 때문에 독후감을 쓰는 지금에도 코미디를 가미한 한국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하고, 영화관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줄을 서며 붐비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아무 생각 없이 보며 가볍게 웃고 넘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영화들을 너무 좋아하지만, 때론 ‘아이 캔 스피크’처럼 마음을 무겁게 하면서도 한국의 국민으로써 뜨거움을 느끼게 하는 영화도 잊지 않아야 함을 다시 한 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