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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글

『실은 괜찮지 않았던 날들』을 읽고 - 가린(허윤정) 에세이 / 간호학과 4학년 김지현

 

 

 우리 학교 도서관을 자주 들리는 사람은 알 테지만, 1층은 자습할 수 있는 열람실들이 마련되어 있고, 2층에서야 비로소 수많은 책들을 마주할 수 있다. 책은 마음을 보듬어주는 따뜻한 손길이 되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나의 지난날을 돌아보게 만드는 회고록이 되기도 한다. 이런 책들을 가장 먼저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은 2층 로비에 위치한 신간도서와 추천도서들이다. 종종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이 될 때면 이 곳에 머물며 요즘은 어떤 책들이 주를 이루는지, 도서관에서는 어떤 책을 추천해주는지 살펴보다가 한두권씩 대여하기도 한다. 1월에는 어떤 신간도서들이 환영해줄지 기대하며 찾아간 공간에는 『실은 괜찮지 않았던 날들』이라는 제목이 겨울과 어울리지 않는 꽃분홍색의 따뜻함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최근 도서관이든, 서점이든 책이 있는 어느 곳을 가더라도 힐링, 치유, 마음 또는 인간관계 등의 단어를 쉽게 마주할 수 있는데, 이 책 또한 그런 부류의 책인 것 같았다. 마음의 여유, 힐링 등과 같은 책들이 사람들의 수많은 손길을 거치는 것을 보면, 요즘 세상이 얼마나 각박한지, 사람들이 얼마나 여유 없이 살아가는지, 또는 그 여유 없는 좁은 공간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마주치고 부딪히며 수도 없이 멍들어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 또한 학교생활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가족들과 떨어져 있으면서 느끼는 마음의 외로움과, 서로 다름에서 오는 상처들에 혼자 아파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평소에 느끼는 소소한 감정들을 모아놓은『실은 괜찮지 않았던 날들』은 작가 가린의 매 순간 느끼는 감정들을 짧게 담아낸 글을 집합이었다. 숱한 소제목 중 ‘저마다의 사정’이라는 제목과 함께 풀어놓은 작가님의 글은 유독 나의 공감을 이끌어 내었다. 뒤늦게 간호학과를 선택한 나에게 가족들, 친구들은 늘 응원 반, 걱정 반이었다. ‘잘됐네. 잘 할 거야.’라는 말도, ‘지금 가면 졸업할 때는 몇 살이야?’라는 걱정스러운 말도 사실은 내가 선택한 길이었기에 무덤덤한 척하거나, 나중에 두고 보라며 혼자 속으로 씩씩거렸지만, 나 또한 걱정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에세이의 한 구절처럼 ‘살아온 날 중에서 가장 많은 고민을 했고, 지금도 여전히 하는 중이다.’는 내 생각을 1%도 빠짐없이 대변해주는 것만 같았다. 입학 당시 했던 고민은 이제 안중에도 없다. 내년에 4학년이기에. 하지만 또 새로운 걱정거리들과 고민들이 나를 세상에서 가장 힘든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 작은 글의 마지막은 ‘한 사람의 심정을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로 끝이 난다. 내 글을 읽는 사람 중 4학년이고, 졸업반인데, 취직만 하면 되면서 세상에서 가장 힘든 사람이라고 표현한 나를 보며 자신이 더 힘들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만 만약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가린 작가와 똑같은 말로 글을 마무리 하고 싶다.

 

“ 한 사람의 심정을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