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영화 택시 운전사를 보고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가 한강 특유 인물의 독백이나 감정들을 시처럼 표현하는 점이 좋았기 때문에 한강이 집필했던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년이 온다’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을 당시, 내가 가늠할 수 있었던 5월 민주화운동의 슬픔과 고통은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이 다였지만 이 책의 첫 소절을 읽자마자 마치 이 일이 생생하기라도 한 듯 그날의 고통이 전해졌다. 책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말해보자면, 계엄군에 맞서 싸우다 죽음을 맞게 된 중학생 동호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의 특이점은 장마다 서술자의 시점이 바뀐다는 것이다. 1장은 동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서술되고, 2장은 시위 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영혼이 되어버린 정대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서술된다. 3장에서는 상무관에서 일하는 은숙의 시점으로 4장은 감옥에 수감된 나의 시점에서, 5장은 감옥 안에서 고문을 받았던 선주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마지막 장인 6장에서는 동호 엄마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책 ‘소년이 온다’는 모든 장이 감명 깊고 마음을 저리게 만들었지만 나는 3장과 마지막 장인 6장이 가장 마음이 아프고 주인공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3장에서는 앞서 말했듯이 5.18운동의 희생자들이 안치된 곳인 상무관에서 일하던 은숙이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고 3장이 가장 내 마음에 와닿았던 이유는 책의 유명한 구절인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네가 방수 모포에 싸여 청소차에 실려 간 뒤에 용서할 수 없는 물줄기가 번쩍이며 분수대에서 뿜어져 나온 뒤에 어디서나 사원의 불빛이 타고 있었다. 봄에 피는 꽃들 속에 눈송이들 속에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 속에 다 쓴 음료수병에 네가 꽃은 양초 불꽃들이.” 가 독자들이 5.18민주화운동을 직접적으로 겪어보진 못했지만, 작가가 표현한 은숙의 말들로 5.18의 설움과 아픔, 진실을 알려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이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텍스트로 전해지는 담담함이 내 마음속에서는 큰 울림을 주었고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굉장히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머물렀다.
6장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6장은 동호가 죽고 난 뒤의 가족들이 이야기가 나오는데 엄마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흘러간다. 엄마의 시점에서 이 일들을 바라보니 너무 안타까웠다. 살아남은 가족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과 상처들이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았다. 특히 이 장은 사투리로 적혀져 있어서 더 감정이입이 잘 되었던 것 같다. 특히 “여덟 살 묵었을 때 네가 그랬는디. 난 여름은 싫지만, 여름밤이 좋아. 암것도 아닌 그 말이 듣기 좋아서 나는 네가 시인이 될라는가, 속으로 생각했는디.”라는 구절이 너무 애잔했다. 엄마에겐 동호는 영원히 귀여운 아들로 남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슬펐던 것 같다. 동호의 죽음과 희생을 소중하게 여기고 평생 잊지읺고 간직하는 사람은 가족뿐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끝으로 이 책은 모든 텍스트가 담담하게 쓰여있지만 읽을수록 아프고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소재의 소설을 읽고 싶고, 그 당시의 아픔과 설움을 생생하게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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