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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글

[내가쓰는 글] 도정일 산문집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간호학과 16 손다슬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간호학과 16 손다솔 

 

가수 유희열이 MC로 나오는 ‘알뜰신잡’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신 적 있나요? 유시민 전 국회의원과 각양각색의 박사님들과 전문가들이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의외의 조합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TV프로그램이지요. ‘알뜰신잡’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줄임말로 평소 생각 없이 지나쳤던 많은 지식들을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프로그램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요. 종종 프로그램을 보며 ‘이런 책이 있어도 재밌을텐데, 이런 책은 없을까?’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 와중 대전과학기술대학교 도서관 2층 신간도서목록에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답니다. 책 제목에서부터 뭔가 알뜰신잡스러운 느낌이 나지 않나요?

 

 

 책의 서문을 보면 이런 문구가 나와요. ‘당신은 안다. 세상이 쓰잘데없다고 여길지 몰라도 우리네 삶에 지극히 소중하고 고귀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당신은 안다.’ 어쩌면 이 문구가 알뜰신잡과 같은 프로그램이 왜 인기를 끌고 있는지 말해주는 것 같아요. 책에는 지난 20여년 여기저기 신문 잡지 등에 발표되었던 글들이 하나의 산문집으로 묶여있어요. 이런 얘기를 들으면 마치 ‘갓 스무 살, 스물 한 살이 된 학생들이 읽기에는 너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우리가 역사를 배울 때 ‘이건 내가 태어나기 100년 전의 이야기니까 몰라도 돼.’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읽다보면 ‘이 시절에는 이런 일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거든요.

 약 100개나 되는 산문이 실려 있는 모든 내용에 대해 말할 수 없어서 저는 가장 인상 깊었던 두 개의 산문을 골라보았어요. 선물의 도착이라는 제목을 가진 1부에 있는 2002. 02. 12 씨네21에 게재되었던 ‘소녀 완서의 도서관’이라는 산문이에요. 여기서 소녀 완서는 동화 『자전거 도둑』과 장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작품으로 우리에게 친근한 박완서 소설가에요. 박완서 소설가는 소설 속에서 “그날 이후 공일날마다 도서관에 가서 책 한 권씩 읽는 건 내 어린 날의 찬란한 빛”이라는 말을 할 만큼 도서관에 대해 애정을 많이 가지고 계신 분이라고 해요. 하지만 2002년의 씨네21은 우리나라의 공공도서관, 대학도서관, 학교도서관, 어린이도서관 할 것 없이 전국 어디로 가봐도 도서관 수가 모자라고 콘텐츠도 빈약하다고 비판하였어요.

 2002년과 현재 2017년의 도서관은 많은 발전이 있었을까요? 생각해보면 2002년의 저는 동네에 있던 새마을문고에서 늘 책을 빌리곤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교내 도서관에서 판타지 소설을 즐겨 읽었고, 학부시절에는 교내 중앙도서관에서 신간도서를 주로 읽었었지요. 현재는 대학에 재입학하면서 대전과학기술대학교의 도서관을 애용하고 있어요. 현재 사촌동생들을 보면 알라딘과 같은 중고서점과, 온라인의 전자서적, 주민들에게 열려있는 대학도서관 등을 통해 저의 어린 시절 보다는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 같아요. ‘당국은 ’시립 중앙도서관‘을 도심에 지어 1000만 시민의 문화중심부가 되게 해줄 정책을 세우고 실천할 때가 아닌가?’라고 강력히 비판하던 씨네21의 바람이 조금은 이루어진 듯 싶네요.

 다음은 관계의 건축학이라는 제목의 3부에 실린 ‘사회를 믿지 않는 아이들’이라는 산문을 꼽았어요.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은 2012. 2. 29일자의 한국일보에 실린 글이었어요. 이 산문은 요즘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한국의 실태와 비슷한 내용이어서 서문부터 눈길이 갔어요. ‘우리나라 중고교생의 절반이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어 한다는 한 연구기관의 조서결과는 충격적이다.’라는 것이었지요. 저 또한 졸업 후 결혼을 해서 자녀를 낳으면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키우는 것이 어떨까. 중고교생의 왕따, 학업의 부담감으로 인한 자살과 같은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각종 경쟁이 심화된 한국에서 훗날 내 자녀가 그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었죠.

 한국일보에서는 사회를 보는 청소년들의 눈이 부정적이고 신뢰도를 바닥을 치는 데도 불구하고, 어른 사회는 청소년들이 처한 곤경을 풀어줄 생각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어요. 또한 아이들이 충분히 쉬고 놀고 잠자며 천천히 자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며 ‘교육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하며, 더불어 교육 개혁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교육 개혁을 원치 않고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정곡을 찌르는 내용을 게재하였어요. 5년이 지난 지금도 이 부분은 여전히 변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여전히 학생들은 교육과 경쟁 속에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고, 며칠 전 수능을 치르고 나서야 비로소 책과 잠시 안녕할 수 있게 되었지요. 물론 대학에 들어가면 또 경쟁의 시작에 발 디딜 테지만요. 2017년의 새로운 정부는 장차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의 숨통을 트여줄 수 있는 정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게 되네요.

 너무 많은 내용의 산문들이 실려 있지만, 각 주제가 너무나도 다른 탓에 기억에 남았던 2가지밖에 말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아요. 저와 같이 20년 간 우리나라는 어떻게 변화해왔고, 또 이런 방향을 보았을 때 앞으로는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한 분들은 꼭 한 번 찾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다음에는 또 다른 신간도서로 독후감을 남기고 싶네요.